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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사칼럼

손양원 목사님이 던져준 과제

  • 관리자
  • 21.11.30
  • 145

성탄절 밤에 손양원 목사님의 일생을 다룬 다큐멘터리가 KBS 1TV를 통해 방영되었다. 예전에는 성탄절이 다가오면 기독교 관련 프로그램도 곧잘 편성하더니 어느샌가 성탄절이라고 딱히 기독교와 연관된 기획물이라고는 별로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게다가 성탄절에 주로 미담 사례를 발굴하여 취재하는 대상도 가톨릭과 관계된 사람들이 많다. 각 종교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TV 프로그램 편성에도 그대로 반영된 것이 아닐까 싶다.

 


그러던 차에 손양원 목사님의 일대기를 담은 다큐멘터리가 지상파 방송을 통해 방영된 것은 참 반가운 일이었다. 손양원 목사님은 적어도 조국교회가 세상에 자랑할만한 몇 안 되는 역사적 인물이다. 사실 그의 삶 자체가 굉장히 드라마틱한 요소가 많기 때문에 다큐멘터리로 기획할만한 가치도 충분했다.

 


그의 행적에 대해 모르는 바는 아니었지만 TV를 통해 다시 한 번 그 분의 삶을 들여다보면서 한 편에서는 조국교회에 이런 분이 계셨다는데 대해 자랑스럽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또 다른 마음 한 편에서는 '너는 저렇게 살 수 있냐?'는 물음이 들면서 보는 내내 불편했다. 사람들이 거들떠보지도 않았던 나환자들을 돌보다 신사참배 반대로 투옥되어 5년 여의 옥고를 치뤄야 했고, 광복 이후 좌,우익의 갈등 속에 여순 사건으로 자기 두 아들을 잃어야 했으며, 그런 참극 속에 두 아들을 죽인 원수를 자기 양아들로 삼았으니 실로 이보다 한 사람 일생에 더 드라마틱한 일이 어디 있으랴.

 


지금에야 그의 행적을 아는 사람들이 손양원 목사를 칭송하고 우러러보지만 과연 현실에서 그런 일을 직접 겪는다면 그분처럼 행동할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농촌에 가서 목회하라고 해도 가지 않는 것이 현실인데 한술 더 떠서 피고름 가득찬 한센병 환자촌에 가서 사역하라면 누가 갈까? 이 한 가지만 하라고 해도 할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을 것이다.

 


거기에다가 신사참배 문제를 보자면 지금에야 신사참배 했던 목사들을 잘못된 처사였다고 비난하지만 당시에는 대다수 목사들이 적극적이었든 소극적이었든 신사참배를 했었다. 처음에 신사참배를 거부하여 감옥에 갔던 목사들 중에서도 나중에 교회에서 쫓겨난 처자식들이 굶고 있고, 비참하게 살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눈물을 머금고 자기 소신을 지키지 못하고 변절한 자들도 더러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끝까지 신사참배를 반대한 목사는 그야말로 주를 위해 자기뿐만 아니라 처자식까지도 버려야 했던 대단한 신앙을 보여준 자들이다. 손양원 목사 역시 그가 감옥에 갇히게 되어서 가족들은 뿔뿔이 흩어져야 했고 굉장히 어려운 시절을 보내야만 했다. 나 하나 고생하는 것은 어느 정도 감내할 만하다. 그러나 나로 인해 가족 모두가 고통당하고 극심한 생활고를 겪는다면 여기에 흔들리지 않을 사람이 몇이나 있겠는가?

 


두 아들을 죽인 원수를 양아들로 삼은 것은 손양원 목사 일생의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다. 손목사는 원수를 용서하는 정도가 아니라 사랑해야 한다고 아들들을 죽인 안재선을 양아들로 삼았다고 한다. 한센병 환자들을 돌본 일, 신사참배 반대로 옥고를 치른 일 이것은 어렵지만 그래도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자기 아들을 둘이나 잃어버린 상황에서 살인자를 양자로 삼은 것은 인간의 경지를 벗어난 일이다. 그래서 나는 그가 이같은 삶을 살게 된 것이 성령의 능력이 아니고서는 불가능하다고 본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걸 성령의 능력으로 미루면서 '내 능력으로는 할 수 없다'라고 상황을 회피하고 싶지는 않다. 그의 삶을 보면서 나는 어디쯤 와 있는지 되돌아본다.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어느만큼 할 수 있을까? 그는 십자가를 져야할 순간에 회피하지 않고 정직하게 십자가를 졌다. 다른 사람들은 잘도 빠져나갔건만 그는 끝까지 십자가를 마다하지 않았다. 결국 역사는 당대에 호의호식하면서 권력의 그림자를 좇아 다닌 사람이 아니라 십자가를 진 사람들에 대해 높이 평가를 한다. 나도 손양원 목사처럼 살 수 있겠는가? 여전히 우물쭈물 하고 확신이 없는 나 자신을 보며 고뇌한다. 이렇게 목회할 거냐고 몇 번이고 되물으면서...


2013. 12.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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