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과 소통

바른교회를 꿈꾸는 살림교회

공지사항

살림교회 10년을 돌아보며

  • 관리자
  • 23.05.15
  • 385

본질에 충실한 살림교회

 

남궁택 성도

 

<살림교회 10>을 돌아보려고 하니 자연스럽게 제가 어릴쩍부터 다녀왔던 교회들이 떠오르고 비교하게 되었습니다. 20년을 보낸 저의 첫 교회는 어린 시절답게 친구들과 재미지게 보낸 기억이 가득합니다.

 

대학에 와서 20대를 보낸 두 번째 교회는 사역자 못지않게 봉사하고 섬기는 시간이었습니다.살림교회는 군시절을 제외한 저의 40년 인생에서 세번째 교회이고 10년간 함께 하면서 덕분에 30대를 꽉 채워 보냈습니다.

 

살림교회는 지금까지 다녀왔던 교회와 무엇이 달랐을까 생각했을 때 살림교회는 본질에 충실한 교회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를 설명하려 하니 라떼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습니다. 살림교회의 시작을 잘 모르는 분들을 위해 잠시 라떼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10여 년 전 SFC를 통해 알고 지낸 대학생, 동문, 목회자 몇몇 사람들이 졸업 후 개혁신앙인으로서의 삶을 고민했습니다. 대학생활 동안 SFC 활동을 할때는 잘만할 수 있을 것 같던 신앙인으로서의 사회생활이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홀로서기가 힘드니 공동체를 꿈꾸며 매달 한 자리에 모여서 삶을 나누고 서로에게 도전을 주고 함께 공부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공동체에 대한 꿈을 논의하다보니 한 교회로 모이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한성훈 목사님이 총대를 메고 호기롭게 교회를 개척하기로 했습니다.

 

때마침 저 역시 겁 없이 <까페안녕>을 시작하게 되면서 살림교회의 예배당으로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그 덕인지 현재 <까페안녕>은 교회 개척 전문카페가 되어 세 번째 개척교회가 주일에 예배를 드리고 있습니다.

 

살림교회가 시작할 때 예배당이 없었다는 것이 하나님의 은혜였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교회라고 하면 대게 교회 건물을 떠올립니다. 하지만 교회는 건물이 아니라 그리스도를 따르는 사람들의 모임입니다. 10년이 지나 되돌아보니 예배당이 없었던 덕에 알게 모르게 예배와 모임, 사람에게 더욱 집중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못하게 하면 더 하고 싶고, 몰래 하면 더 쾌감이 있듯이 번듯한 예배당 없이 카페에서 모이는 <살림교회>MZ세대인 우리에게 예배에 더욱 집중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또한 목사님께서 늘 예배의 중요성을 강조하시면서 예배가 <살림교회>의 중심이 되어 지금까지도 흘러오고 있습니다.

 

제 개인적으로도 살림교회를 통해 예배의 회복을 경험할 수 있어 참 감사합니다. 핑계일 수 있겠지만 과거에는 많은 섬김과 봉사 때문에 오히려 가장 집중해야 할 예배 시간에는 앉아만 있을 뿐 마음을 잡지 못하고 소홀히 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예배의 모든 순서 순서의 의미를 알고 가능한 집중해서 예배드리려 노력하고 있어 감사합니다. 하지만 설교 시간에 제일 앞자리에서 때때로 졸고 있는 저를 보고 깜짝깜짝 놀라고 있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목사님께 죄송하다는 말씀을 전합니다. 제가 조는 것은 목사님의 설교 때문이 아니라 어머니로부터 받은 유전적 요인(?)이니 걱정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살림교회에 처음 방문한 분들에게도 예배당이 없는 것이 더욱 신선하게 다가왔고 건물보다 예배와 모임에 더욱 집중하고 정착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건물도 없는 교회에 어떤것을 기대하겠습니까. 화려한 식사? 엄청난 프로그램? 콘서트 같은 찬양집회? 아마도 이런 것을 바라지 않았을 것입니다. 바른 예배와 모임, 사람들과 교제로 충분하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하나님의 은혜로 외적으로는 새로운 교인들이 들어오게 되고, 내적으로는 매년 출산을 통해 새로운 교인들이 생겨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카페는 번창하지 못하고 매년 근근이 버티게 되면서 늘어나는 교인들을 감당할 수 없었습니다. 특별히 카페라는 공간은 아이들이 편하게 교회 생활을 하고 교육하기에 부족했습니다.

 

그래서 5년 간의 <살림교회> 시즌1을 마무리하고 이곳 망포동에서 시즌2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처음 5년과 지난 5년을 비교해보면 참 힘든 시기였다는 생각이 듭니다. 연애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처음 사귀면 조건, 환경 따지지 않고 마냥 서로가 좋습니다. 존재 자체로 좋습니다. 어쩌면 카페에서 보낸 5년이 그랬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연애도 5년 동안 사귀는 사람 많지 않습니다. 처음엔 좋았지만 첫 감정이 식으면 상대의 못난 점도 보이기 마련이고 더 좋아보이는 사람이 눈에 들어오기도 합니다. (저는 전혀 그러지 않았습니다. 태어날때부터 지금까지 절대 그러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살림교회의 지난 5년은 아픔도 경험하는 시기였습니다. 우리의 존재가 달라지거나 진심이 변한 것은 없지만, 때로는 서운하기도 하고, 오해하기도 하고, 지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안타깝게도 떠나보내는 이들도 있었습니다.

 

또한 살림교회가 망포동으로 예배당을 옮기면서 기대하는 바도 컸습니다. 인구 밀집 지역의 아파트단지 상가에 있는 예배당이기 때문에, 지역 주민들의 유입이 있지 않을까 하는 바람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우리 교회에는 걸어서 오시는 분이 단 한 분도 없을 정도로 유입이 없었습니다. 어쩌면 우리가 지역 사회를 품지 못한 한계도 있었겠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것이 아쉬움으로 다가옵니다.

 

교회를 가장 무섭게 위협한 코로나도 겪었습니다. 코로나로 쓰러지고 힘들어하는 작은 교회들이 무척 많습니다. 코로나를 계기로 교회를 떠나거나 이동하거나 온라인 성도가 되어버린 교인들이 참 많습니다. 하지만 살림교회에는 코로나 때문에 떠나거나 신앙생활을 포기한 성도는 단 한명도 없습니다. 별거 아닌 것 같지만 저는 단 한 명도 흔들리지 않고 굳건히 버텨낸 살림교회는 자랑스러운 교회라고 생각합니다.


힘든 5년의 시기였지만 코로나에도 우리가 이렇게 흔들리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은 우리가 해야 할 것들을 변함없이 해왔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각자의 자리에서 예배하고 배우고 가르치기를 힘썼습니다.

 

목사님께서 충실히 예배를 인도하시고 말씀을 전하셨습니다.

 

꾸준히 성찬과 세례를 행했습니다.

 

오후 시간마다 모든 성도들이 배우기를 힘썼습니다.

 

주일학교 아이들 가르치기를 멈추지 않았습니다.

 

사실 우리는 지난 10년간 대단하거나 특별한 것을 하지 않았습니다. 특별한 프로그램이나 이벤트, 행사는 없었습니다. 매년 사업을 계획할 때 날짜만 달랐을 뿐 내용은 거의 동일했습니다. 우리는 단지 예배하고 배우고 가르치고 기도하고 먹고 마시고 나누고 교제했습니다.

 

어쩌면 이런 단조로움이 역동성 없게 보이고, 권태롭게 느낄수 있겠지만 오히려 본질에 집중할 수 있는 힘이 되었습니다. 저는 사실 예전 교회와 비교하면 상당히 즐겁고 편하게 교회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1년에 두 세 번 대표 기도하고, 1달에 한 번 정도 식사 준비나 청소, 설거지 어쩌다 한 번씩 합니다. 저만 특별히 더 많이 하거나 덜 하는 것 같지 않습니다.(성수, 근복 형제 미안) 교회 생활로 피곤하거나 큰 부담되는 일은 없습니다.

 

덕분에 본질적인 것에 더 몸과 마음을 쏟을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이제 <살림교회>가 시즌3를 앞두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교회 합병이 되든지 안 되든지 상관없습니다. 지금까지 해 온 것 처럼 꾸준히 해야 할 것을 해나가며 본질에 충실한 교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서로를 사랑하면 좋겠습니다. 연애가 끝나고 결혼을 하면 결혼한 분들은 다들 아시겠지만 계속해서 연애의 감정으로 사랑을 할 수 없습니다. 오해하실 수 있는데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이 아닙니다. 연애의 감정과 다르다는 것입니다.

 

고린도전서 137절에 사랑은 모든 것을 참으며 모든 것을 믿으며 모든 것을 바라며 모든 것을 견디느니라라고 하십니다. 아이들을, 청년들을, 남여전도회를, 목사님 부부를 이렇게 인내하고, 아끼고, 신뢰하고, 존중하며 사랑하기를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저는 아주 가끔은 제주도나 시골에서 카페와 북스테이를 하면서 이곳을 떠나 한적한 곳에서 살면 어떨까 상상해 볼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그 상상은 항상 살림교회가 걸림돌이 되어 멈췄습니다. 앞으로도 살림교회는 저에게 좋은 걸림돌이 되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게시물 검색